긴 추석 연휴, 윤군이랑 여행을 가서 간만에 푹 쉬는 시간을 가졌다.
같이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식당 앞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나는 자기가 좋아~" "나도 자기가 좋아~" 같은 장난을 치고 있는데
윤군이 나지막히 말했다.
"난 자기랑 이렇게 같이 바보 천치 같이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해."
평소와 다른 그의 수줍은 고백이어서 웃음이 빵하고 터졌다.
"하하하 맞아 나도 그래. 자기랑 있을 때 이러지 내가 누구랑 이러겠어."
나도 모르게 윤군 앞에서는 아기 같은 목소리와 행동을 하게 된다.
엄마 앞에 선 아이 처럼 귀여움을 받고 보호 받고 싶어 한다.

"자기는 어떻게 사회생활해? 이렇게 애기 같은데"
윤군은 가끔 나에게 묻는다. 집에서의 나는 너무 허당이고 챙김 받아야 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고.
나도 가끔 내가 유아퇴행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만큼 윤군 앞에서는 그렇다.
뭐, 이상한건 아니다. 언젠가 tv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연인 관계에서 유아퇴행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라고 말했다.
돌아보면 나의 연애가 늘 이렇지는 않았다.
나는 잔소리쟁이 엄마같은 여자, 까칠한 사포 같은 여자, 애교 없이 무뚝뚝한 여자가 되곤 했었다.
윤군 앞에서만 나는 무장해제 되어선 6살 짜리 더벅 머리에 코 흘린 채로 헤헤 웃는 아이가 된다.

내가 이지경이 된 데에는 윤군에게 원인이 있다.
꼬질한 내 모습을 쓰담쓰담 귀여워해주고 콧물 흘리면 콧물을 닦아준다.
이런 것들 때문에 내 마음이 완전히 녹아버려서 윤군 앞에서는 한 마리 강아지가 되어 마냥 꼬리 모터를 돌리는 것이다.

윤군도 내 앞에서는 방구도 뿡뿡 뀌고, 귀여운 목소리도 내고 종종 내 품을 파고 든다.
나는 그럴 때는 엄마처럼 윤군을 안아준다.
사랑이 있다면 이런게 아닐까?... 서로에게 유아퇴행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주는 것.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연애 감정과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유대에서 오는 편안하고 따뜻한 감정이다.
바람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고 우리 모습을 잘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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