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없는 주말 아침, 오랜만에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볕이 드는 창 앞, 소파에 앉아 도파민 덩어리인 유튜브를 끄고 성해나의 소설집 마지막 편 '메탈'을 후루룩 보았다.
순수하게 메탈 락을 좋아하던 세명의 고딩 친구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각자 살길을 찾아가고
마지막까지 메탈을 놓지 못했던 주인공마저 현실에 맞게 변해가는 이야기.
꿈 많고 희망찼던 어린 시절의 내가 현실에 부딪쳐가며 느끼는 무력감, 비참함 같은 감정은 모두가 거쳐온 것들일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20여년 전 기억들이 생각났다.
먼저, 글쓰기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나. 그 당시 부모님 몰래 인터넷 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던 나는 글쓰기를 좋아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 때 학교에 독후감을 내었는데 국어 선생님이 나를 콕 찝어 잘 쓴 글이라며 아이들 앞에서 읽어주었다.
그런데 내 글 중에 어떤 문구가 좀 오글거렸고 아이들이 그 문구를 대놓고 비웃었었다.

그 이후 부터 나는 누군가가 내 글을 본다는 것이 두려웠다. 지금도 나는 온라인의 공간에서 나를 숨긴 채 글을 쓰는 것은 좋아하지만, 나를 드러내고 글을 쓰는 것은 두려움이 있다.
인스타에도 나는 주저리 주저리 글을 쓰지 않는다. 내 생각을 남이 읽고 나를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두려워서이다.
나는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아했다. 어린이 동요대회에서 잔뜩 언 채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물론 예산 탈락이었지만.
대학교 때 락밴드 동아리에 들어가서 무대에 서기도 했다. 물론 그것도 뚝딱거렸지만 나름 무대공포증을 이겨내고 훌륭하게 해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불리우는 것이 좋았다.
준비 없이 지원한 예고에는 떨어졌고 미대 입시를 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돈 못번다는 이유로 반대했었고 그래서 건축과를 갔다.
나는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늘 도전했었네. 지금 생각해보니 기특하다.
내 기대처럼 성공한 작가, 가수, 화가가 되지도 못했고 그저 그런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괜찮다. 지금 나 자체로도 충분히 대단하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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