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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정보모음/디자인정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7월 전시 상세 후기 (백 투 더 퓨처,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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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시에 가는 이유는 영감수집을 위함 +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힐링요소 두 가지 때문이다. 그 중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나는 무척이나 좋아한다. 참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건축이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상징성에 걸맞는 단아하면서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주변과의 조화가 이 건축물이 태생부터 이 곳에 있었던 것만 같은 자연스러움을 준다. 

단돈 5천원에 이런 좋은 공간과 전시를 모두 볼 수 있다니, 서울인의 복지다. 

 

ㅣ 전시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ㅣ 7월 현재, 전시 리스트

2024.05.24.~ 2024.08.24.
 
2024.03.29.~ 2024.07.21.

→ 이중 나는 시간관계상 상단의 3개 전시만을 보았다. 

 

 

Part 1. 백 투더 퓨처

 


1층에 바로 있는 백 투더 퓨처 전시에선 한국 현대미술의 초기 역사를 볼 수 있었다. 한국 전쟁이 끝난 이후로 현대 미술이 시작된걸까? 주로 60~70년대생의 작가들의 90~00년대 활동을 했던 작품들이 주였는데 개인적으로 전시 이름이 백 투더 퓨처(future)가 아닌, 백 투더 패스트(past) 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안정주 작가의 <영원한 친구와 손에 손잡고> 2016.
비디오 아트로 시작되는 전시. 88 서울올림픽과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공식 주제가를 리믹스해 중계 영상과 같이 편집했다고 한다. 당시 세계화를 향한 시대의 열망을 상징하는 국가적 행사와 그 이면에 놓은 갈등과 모순을 현재의 시각에서 환기한다. 

#공상훈 작가의 <개> 2001.

이 작품에서의 개는 인간의 숨겨진 본능이나 욕망, 두려움을 상징한다고. 목줄에 묶인 채 어둠을 뚫고 정면을 응시하는 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이소 작가의 <2010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1위-10위>, <베니스 비엔날레>  2003.
베니스 비엔날레는 작품을 보는 방식이 독특했다.

 


#김범 작가의 <무제(닭 요리하기)> 1991. 
요리 프로그램 음성이 지시하는 대로 닭 그림을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우스운 영상이다. 당시 작가가 탐구하던 실재 대상과 그 이미지의 관계가 지닌 비논리성을 담아내기 위함이라고. 일반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작가의 내면 세계이다. 


#이용백 작가의 <기화되는 것들> 1999-2000. 
당시 IMF 외환위기에 "숨 쉬기도 어렵다"는 지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 수심 10m 되는 물 속을 구조용 호흡기 하나에 의지한 채 힘겹게 버텨내는 당시 직장인 남성을 표현했고 그 과정을 다각도로 찍어서 바라보게 했다. 사회적 이슈를 이렇게 예술적으로 풀어낼 수가 있구나 느껴서 인상적이었던 작품. 



#정재호 작가의 <난장이의 공> 2018.
이 작가는 국가 주도의 고속 경제 발전 이면의 현실 풍경에 주목하고 작업을 한다. 60-70년대 지금은 철거 위기에 처한 시범아파트 단지 등이 주된 관심 대상이었다고. 이 작품은 1970년대 세운상가에서 내려다 본 서울 풍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늘에 떠 있는 로켓 하나가 사실적인 풍경을 낯설게 만든다. 예전에도 이 작가의 작품을 이 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어 반가웠다. 

 
전시 전반적으로 시대 비판적인 작품들이 많았고, 당시에 파격적이고 실험적이었던 예술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작품 옆에 너무나 친절하게 작가의 이력과 작품 소개가 붙어 있어서 보기에 편했다. 
 
 

Part 2.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한층 내려가서 본 전시. 사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며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첫째, 사물의 세계는 사물을 재료나 물질로 해체해보거나 다른 감각으로 바꾸어 사물이 우리 곁에 있음을 알아차리게 한다. 둘째, 보이지 않는 관계에서 사물이 인간의 쓰임을 받는 대상이 아닌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행위자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셋째, 어떤 미래는 기존의 범주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물을 경유하며 불가능한 것을 꿈꿔본다. 


#1 이장섭 작가 - 순환디자인 연구, 생분해가 가능한 해조류 분말가루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보텍스> 를 가지고 친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너무나 멋진 일. 저 가죽 자켓도 보텍스로 만든걸까 생각했다. 그리고 색감이 예쁜 재료 카탈로그들.


#2 신기운 작가 -  '모든 것이 흙에서 왔다' 는 작가의 메세지를 사물이 갈리고 복원되는 과정이 반복되는 장면으로 보여준다. 사물이 자연, 재료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한다. 아톰 팔이 점점 복원되는게 신기했다. 


#3 드리프트 - 일상 속 제품을 분해해서 기초 재료, 원소로 복구하는 작업을 통해 소비/환경/기술/윤리의 상호작용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재료로 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죄책감을 불러 일으킨다.


#4 우주+김희영 - 사물과 기계의 예기치 않은 결합을 통해 사회,정치,문화 전반에 걸친 모순과 부조리한 상황을 제시한다. 미래의 생명체(외계인?)이 발견한 플라스틱 화석을 상상하며 플라스틱 표면에 각종 소리를 기록한다. 고장난 레코드를 듣는 것처럼 돌아가는 기계 속에서 미세하게 음악이 흘러 나왔다. 벽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사물들. 예술가들은 이런 사물을 배치하는 것 부터가 예술이구나.

 
+@@@ 난해했던,내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작품들.
 보신 분들은 공감을..하실듯.
 


Part 3. 정영선 -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건축을 전공했던 나로선 조경이 얼마나 건축에서 중요한지를 안다. 우리 학교에도 조경학과가 별도 있었고 다양한 식물들을 다 외워야 한다는 조경과 친구들의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정영선님은 우리나라 1세대 조경가이며 여성인 분. 1970년대 국토 개발과 함께 50년 넘게 일생을 조경에 바친 인간문화재 같은 분이다.


일단 50년의 세월동안의 어마어마한 작품수가 놀라웠고, 유명한 건축가들과 모두 협업한 그녀의 커리어가 부러울 정도였다. 내가 가본 조경 공간의 대부분이 그녀가 한 작업이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 내가 가본, 친숙한 작품들이 많았다.


조경도 건축가의 작업과 참 비슷했다. 조경기획을 하고, 스케치를 하고 상상해보고, 실시설계도면을 그리고 마지막 시공 마무리가지. 그리고 공간에 조경가의 취향과 철학이 들어간다는 것까지... 조경을 전공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 잠깐 빠져 보았다.

 
놀랍고 반가운 사실은 내가 작년에 가서 좋아했던 제주 오설록의 아름다운 조경도 이분의 작품이고,


서울 식물원의 수채화같던 정원 조경도 이분의 작품..보면서 무한 감탄을 했던 곳.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조경도 이분이 한 작품... 본인 작품 옆에 전시가 펼쳐지다니. 이런 완벽한 시퀀스가 없다.

작품들이 참 많고 볼거리가 많아서 좋았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그녀의 인생스토리+조경 철학이 담긴 인터뷰 영상들이었다.


과수원 집 딸로 태어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방식으로 조경을 시작했다는 점부터 흥미로웠다. 한강 샛강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달려가 관리소장에게 본인이 보수 없이 해보겠다고 나서서 주차장을 생태공원으로 설계 변경을 한 사례. 요새 사람들이 외국 식물을 좋아하는데 한국적인 조경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본인이 기를 쓰고 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 감동을 주는 공간 연출에 대한 집념, 한국의 미를 지키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느껴져서 인터뷰 내내 감명받았다. 

정영선 조경가의 중정에서 기념으로 찰칵.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았다. 


전시를 보고 돌아가는 길은 늘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뭉게뭉게 흘러가는 구름도 한폭의 그림같고, 쏟아지는 햇빛 속에 펼쳐지는 풍경들이 재잘거리는 사람들의 말들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9월 초중순까지 전시들이 진행하는데 끝나기 전에 한번 가서 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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