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요 몇달 마음이 심난했다. 상사와 한번 다툼이 있었다.
이미 끝난 업무에 일을 더 추가하려는 상사에게 반기를 들자, 상사는 그동안 내가 일을 하는 태도가 방어적이었다며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냈다.
억울했다. 내가 여태껏 했던 노력들이 상사 눈에는 그저 방어적으로 일을 쳐내는 모습으로만 비추어졌었구나.
상사는 아차 싶었는지 나에게 자기 말을 다시 고쳐서 모든 것이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고 수습했지만, 이미 그가 내뱉은 말들은 고스란히 비수로 내 가슴 속에 박혔다.
직급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라. 후배 한명이 (말 안해도 누군지 짐작이 되는) 너를 어떻게 얘기하는지 아느냐.
라는 말은 좀 아팠다.

이런 이야기를 팀원에게 이 타이밍에 날 것으로 쏟아내는 저 상사도 그저 그런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간 좀 더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고 '넘어가지 않는' 자세로 일을 했더라면 내가 좀 더 좋은 결과를 냈을까?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이어졌다.
같이 맥주를 마시다가 '나는 안될 인간인가봐' 하며 무너지는 나를 보며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던 남편.
나와 달리 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그가 나에게 해답을 주었다.
자기 회사일은 그냥 일일 뿐이야. 네가 일을 못하더라도 이미 회사는 너를 고용했기 때문에 거기에 큰 의미를 두지마.
회사에 월급루팡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봤을 때 자기는 열정이 있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T 스러운 위로지만 밑도 끝도 없이 괜찮아 나는 니 편이야 라는 말 보다 훨씬 위로가 되었다.
그래, 일은 일일 뿐이다. 회사는 나를 고용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
평생 회사에 충성하며 인정 받는 것에 목 매었던 나란 인간. 안쓰럽고 안타깝구나.

요새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애써 찾으려고 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도 '일'이 되면 하기 싫어질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이다.
나의 좋아하는 일이 나의 생계가 된다면 나는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회사가 나를 고용해주고 내가 월급을 안정적으로 받고 살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게 된다.
그래서 요새는 주어진 시간 내에 '구멍이 없게'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부분에 힘을 쓰고 있다.
업무 시간 외에 일을 하기 싫어서이다.
예전엔 더 잘해서 인정 받아야지 하는 생각에 업무 시간 외에도 고민을 하고 뭔가를 해보려고 하고 하는 마음의 부담이 있었더랬다.
더 나를 사랑하고 멋지게 살기 위해서, 쉴 때 나의 일상으로 나의 취미로 꽉꽉 채워나가야지.
남의 시선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한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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